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우리 어머니는 법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데
성별이 여성이시다보니 성폭력 피해자들을 자주 맡으시는 것 같다
근데 엄마는 그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신다.(물론 피해자들을 독려해주시고 일엔 최선을 다 하신다)
원체 좀 논리적이고 냉정하신 분이라 그런갑다 했는데
케이스를 들어보면 지나친 공감력을 가진 나도 좀 어...? 그러게 그건 좀 이해가 안 가는 판단이다.
싶은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20대 초중반 여자애인데, 어플로 이성 친구를 사귀거나 또는
절대 외설적인 목적이 아닌 영업(예를 들면 헤어 케어나 메이크업 같은)을 이유로 고객을 구하고 그렇게 처음 만난 사람과 숙소에 간다.
그리고 해당 케이스를 겪는다.
물론 "여자가 남자랑 단 둘이 숙박업소에 가면 암묵적인 동의 아니냐?" 같은 말엔 절대로 반대하지만
저게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과 피해야한다는 것 정도는 보통 사람이라면 알거라 생각한다.
엄마 말로는 피해자 여자애들을 만나보면 다들 좀 소심하지만 어른한테 예의바르고 깍듯한 평범하게 착한 애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 이해가 안 간다고 한다. 저 여자애들은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날 줄 모르고 천진하게 있었던 거라는 거다.
그냥 나는 엄마한테 그러게. 그렇다고 그 애한테 과실이 있다는건 아니지만 나도 좀 이해가 안 되긴한다. 하고 넘어갔었다.
그러고 몇 달이 지나서 경계성지능장애에 대한 기사를 봤었다.
경계성성격장애는 좀 들어봤는데 지능장애는 뭐지, 다른건가?
간단하게 말하자면 경계성지능장애는 지적장애와 비지적장애인 그 중간의 경계선에 있는 장애라고 한다.
지적장애는 대화나 행동 등에서 알아볼 수 있지만 경계성지능장애는 겉으론 구분할 수가 없어 본인이나 주변인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경계성지능장애는 평균 이상의 지능을 가진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판단을 내려서 사기나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고 한다. 물론 그들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는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난 그 기사를 읽으면서 엄마가 말씀해주셨던 여자애가 떠올랐다. 그 여자애도 이 경우가 아닐까 싶어서...
절망적인 사실 하나를 더하자면 이 장애는 후천적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그 후천적 원인이 트라우마로 인한 지능 저하라는 것이다. 트라우마를 줄만한 사고엔 많은 것이 있겠지만 난 첫째로 떠올린 것이 외부의 폭력, 특히 10대에 겪기 쉬운 것들이었는데 유년기에 가정폭력이나 학교폭력, 성폭력 등을 겪은 피해자가 트라우마와 경계성지능장애를 안고 사회에 잘 섞이지 못해 범죄에 쉽게 노출될지도 모른단 것이다. 피해를 입은 사실이 피해자를 또 피해에 빠뜨리는 것.
경계성지능장애환자는 다소 곤란한 판단을 내릴 뿐더러 외로운 경우가 많아서 인터넷, 채팅앱 등에서 친구를 사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게 또 위에 상기한 것과 같은 케이스를 만들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내내 괴로웠다. 얼른 경계성지능장애에 대한 인식범위가 넓어지고 이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