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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기술에 더 이상 발전이 없다

림피 2022. 8. 8. 17:27

몇 년 전엔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픽을 제외하곤 더 이상 게임에 기술 발전이 없다.'

 

아이러니 하게도 신작 게임이 아니라 20년 된 옛날 게임을 보면서 든 생각이었다.

 

신작 게임들은 점점 더 세련되고 화려한 그래픽을 선보이지만

더 이상 새로울건 없다. 그냥 아, 또 이런 게임이 나왔구나. 

정통 판타지 MMORPG가 그렇게 수요가 있나? 이 정도다.

 

인디 게임들은 참신한 기획을 선보이기도 하지만 기술 발전이라 보기엔 어렵다.

다 20년 전에도 만들 수 있던 것들이다.

 

이러한 이유는 게임 개발이 지닌 노가다성에 있다.

사실 모든 기술이란게 '이걸 사람이 일일이 하나하나 하는거였다고?!'

'이걸 이 시대에 이런 무식한 방식으로 처리한다고?!' 란 생각을 자아내게 만들지만...

게임은 유저가 지니는 자유도가 크기 때문이다.

음, 정확히는 유저가 자신이 가진 자유도의 한계를 느끼기 쉽기 때문이다.

 

게임엔 유저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신체와 필드가 주어지고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며 NPC나 사물, 온라인 게임 같은 경우 타 유저와 상호작용을 해볼 수 있다.

그러다 게임속 필드 어딘가에 막히고, 열리지 않는 문을 가진 건물을 만나고,

NPC가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될 때, 우린 게임의 한계를 느낀다.

 

이런 경험을 좀 더 현실성 있게 만들려면 시스템 기획자는 수많은 예외처리를 생각해내고,

레벨기획자는 수많은 스크립트를 짜내고, 프로그래머들은 그 수 많은 기획들을 다 작업해내야 한다.

그렇게 게임의 용량은 또 배가 된다.

 

여러분은 언제, 몇 살 때?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방식과 한계에 대한 이해를 했는가?

나는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 때 일 것이다. 그 전엔 컴퓨터와 프로그램엔 제약 같은건 없다고 믿었다.

그거 아는가? 몇몇 어린이들은 인터넷 속 자료가 길에서 풀이 자라듯 인터넷에서 자연 발생한다 믿는다고 한다...귀엽고 신기하다.

그걸 알게 되었을 때 약 11세 어린이였던 나는 아, 아직은 기술이란게 참 시시하구나. 생각했다.

제일 크게 느꼈을 때가 숙제를 위해 인터넷으로 자료조사를 하고 있던 때였는데,

우연히 웹브라우저 빈공간에 우클릭을 했더니 '언어 변경' 이었나 그런 항목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인코딩 언어 변경 항목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걸 클릭하면 정말 웹사이트 문서가 다른 언어로 번역될까? 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눌러봤었다. 당연히 그 땐 00년대였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실망감을 자아냈다.

그런데 어떤가? 지금은 무려 그게 된다. 몇 년 전만 해도 언어 번역은 반쪽짜리 시시한 기술이었는데 요샌 인터넷 번역기로 앵간한 말은 다 알아들을 수 있게 번역이 된다. 그렇다면 게임은?

 

물론 하드웨어와 그래픽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늘날 게임은 더 큰 용량은 담을 수 있고 아름다운 배경과 캐릭터들을 비출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엔 '최소투자최고효율' 같은 수익 구조 문제도 있지만 게임산업이 이렇게 흘러간 것에 영향을 주었단 가능성을 제시해 볼 순 있어도 논점은 아니다. 

아까 인터넷 번역기에 대한 얘기를 했었다. 지금은 4차 산업 시대인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접목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진 속 인물이 누군지, 심지어 옷은 어디 브랜드인지 알려준다. 또 몇 년 전 다소 민망하고 우스운 기술이었던 음성인식 기술은 이제 제법 쓸만해지고 익숙해져서 '시리야'나 '기가지니'가 어색한 말이 아니게 되었다. 또 자꾸 경로를 재탐색 한다던 네비게이션이나 불쾌한 골짜기를 아우르던 TTS 기술도 많이 발전해서 자연스러워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빅데이터, 또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다. 이 두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직접 작업한다면 말도 안 되는 수의 처리를 컴퓨터가 직접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인간의 수많은 개입이 있겠지만...)

게임의 한계는 자유도 부족과 컨텐츠 부족에서 온다 했다. 프로그래머가 계속 월드를 확장 시킬 수도 없고 레벨 기획자가 일일히 계속 스테이지를 만들고 대사를 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난 이 한계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접목해야 극복할 수 있다 생각한다. (인공지능은 이미 게임에서 많이 쓰이는 분야이니 머신러닝이나 딥러닝이라고 보는게 맞겠다.)

격투 게임이라면 수많은 보스 패턴, 스테이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면 캐릭터 대사, 행동, 선택지, 요리게임이라면 레시피. 수많은 작업을 자동화 하고 자유도를 높이거나 컨텐츠를 늘려 유저에게 더 향상된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색한 결과물로 인해 퀄리티 낮은 경험을 제공한다던가 또 온라인 게임의 경우 많은 위험이 따르겠지만 해볼만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리얼타임으로 머신러닝을 가동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머신러닝으로 만들어진 컨텐츠들을 후가공 해 게임에 넣는 방법도 있겠다.

 

스마트폰과 SNS 발달로 사람들의 컨텐츠 소비 양식이 굉장히 수동적이게 되었다.

영화를 보는 대신 영화 스토리 축약 유튜브를 보고, 게임을 하는 대신 게임플레이 실황을 본다.

또 그 게임 플레이 실황을 하이라이트 편집본을 보고, 또 그 게임 플레이 실황 하이라이트 편집본의 쇼츠를 본다.

게임은 하기 귀찮은 것이 되어버렸다.

괜찮은 게임 없나, 하고 기다리면 카피의 카피가 나오고, 카피의 카피의 카피가 나오고, 카피의 카피와 카피를 섞은게 나온다. 게임 산업의 쇠퇴를 몸으로 느끼면서 한 번 혁명이 없으면 정말 이대로 비디오 게임이 매니악한 문화로 갈지도 모른단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여담.

그래픽을 제외하고 제일 의미있게 발전한 게임기술은 물리엔진이라 생각한다.

이 또한 실제 게임 플레이 보단 그래픽에 영향을 주는 비중이 크지만..

물리엔진은 아직도 하드웨어에 좀 무리가 가는 기술이라 생각하는데

이쪽도 크게 발전해서 나중엔 새로운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