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이유
왜 살아있지.. 왜 살고 있지? 하는 생각을 중고등학생 때 부터 많이 했는데
답은 보통 "해보고 싶은게 너무 많고, 먹고싶은 것도 많고, 세상의 재밌는 사람도 많이 만나고
재밌는 것도 다 해보고 싶다" 였다.
그러다 이십대 초반 그러니까 스물 한살 때 인가 한창 정신적으로 피폐했을 때
그 어떤 것도 먹고 싶지 않고 하고싶지 않고 모든게 부질 없이 느껴졌었다.
흔히 왜 그런 책에 적힌 제목 있잖냐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 같은
현대인들에게 흔한 정도의 우울
그 정도가 아니라 그 당시 나는 당장 누가 나에게 억만금을 쥐어준대도 살고싶지가 않았다.
그 때 뭐 대단하게 나쁜 일이 있었던건 아니고 아마 옛날에 있었던 일의 잔흔 이겠지만
아무튼 앞으로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는 행복하지 못할거라는 확신이 들었었다. 정확히는 행복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 때 정말 열심히 삶의 이유를 찾았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왜, 어떻게 살아가는지 건강한 보통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살아있는지 찾아보곤 했었다.(건강한 보통 사람은 왜 살아있지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읽은 글 하나가 생각이 난다. 그 글에선 사람은 "믿음"과 "확신"이 있어서 살아간다고 했다.
종교인은 사후세계가 있다는 믿음, 신을 믿고 살면 사후엔 그를 통해 구원 받으리라는 믿음.
그 강한 믿음이 그들을 살게 한다고 했다. 나는 무교라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다.
보통 사람은 이 앞에 더 나은 삶이 있으리라는 믿음이 그들을 지탱한다고 했다.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직장에 가면, 좋은 배우자와 결혼을 하면, 행복할것이란 믿음이 그들을 지탱한다.
아마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이 그렇게 하지 못하리란 생각에 절망에 빠지는 듯 하다.
인상적인 얘기였고 그만큼 더 날 절망하게 했다.
난 내가 남들이 정해놓은 행복의 기준에 미치지 못할까봐 불안한건 아니었다.
돈을 잘 벌고,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면, 뭐? 그때도 나는 여전히 불안해 할 것 같았다.
여러분은 게임에 치트를 써본 적이 있는가?
중학생 때 아는 사람에게 닌텐도 DS와 칩을 물려 받은 적이 있다.
그 중엔 불법 칩도 있었는데(그 땐 그게 불법인줄도 몰랐다. 처음 가져본 닌텐도라...)
불법 칩은 컴퓨터에 연결해 파일을 조작할 수도 있어서 한번은 '동물의 숲'이란 게임 세이브 파일을 조작한 적이 있다.
동물의 숲은 외딴 시골 마을에 정착해서 과일을 따거나 곤충을 채집하고 물고기를 잡아 팔아서 집 대출을 갚아나가는 게임이다. 빚을 다 갚으면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게 되는데 이 빚을 갚는 시간이 생각보다 꽤 걸린다.
그래서 난 처음엔 마을 조경을 위해 나무 위치만 좀 바꾸려고 치트 프로그램을 켰다가 내친김에 게임의 빚을 다 갚고도 한참 남을 정도의 금액을 치트로 넣어버렸다.
처음엔 너무 좋고 재밌었다. 빚을 다이렉트로 다 갚아버리고 가구와 옷을 마구 사재꼈다. 그러다 얼마 안 가서 난 게임을 접게 됐다.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 재미없어진 게임을 종종 켜보게 하는건 같이 통신으로 멀티 플레이를 하자고 하는 아끼는 친구의 부름 뿐이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지?
이제 그래서 내가 어떻게 삶의 이유를 찾았는지에 대해서 말해야겠다
어릴 때 엄마한테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엄마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뭘 할거야?
엄마는 그냥 평소대로 하던 일을 할거라고 말씀하셨다.
또 누군가는 못 먹어본 음식을 먹어볼거라고, 누군가는 좋아하던 사람에게 마음을 전할거라고 했다.
나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
나는 저것들이 삶의 최종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그저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
누군가는 맛있고 새로운 것들을 먹어보는 것, 사랑을 하는 것
나는 이야기를 쓰고 작품을 남기는 것이었다. 만화라고 쓰긴 했지만.. 소설이든 만화든 게임이든 애니메이션이든 누군가를 감동 시킬만한 매체를 만들고 싶었다. 아, 그래서 어릴 때 부터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만들고 관련학교를 진학하고 수학이랑은 거리 멀었던 애가 게임을 만들겠다고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고...
잊고 살았는데 뒤돌아 보니 내가 옮긴 발걸음들이 다 그것들을 위한 것이었다.
그런걸 잊고 단기적인 것들에 매몰되어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빨리 갈 수록 결국은 되돌아 간댔나...
여러분은 내일 죽는다면 오늘 뭘 할 것인가?